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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산책 코스] 3.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밖순이과녀 2021. 10. 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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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花園邑) 본리(本里)에는 남평문씨본리세거지가 있다.

18세기 초부터 남평문씨 일족이 들어와 터를 잡고 집성촌(集姓村)을 이룬 곳. 1715년에 문재철(文在徹)이 이곳에 들어와 정착했다고 하며, 문익점의 18대손인 문경호가 터를 닦았다고도 한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

마을 입구에 삼우당 문익점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그리고 그 뒤로 목화밭이 넓게 펼쳐져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따뜻한 햇살 덕분일 수도 있지만 목화솜이 맺힌 목화밭은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꽃이 지고 생긴 꼬투리가 톡 하고 터진 자리엔 새하얀 목화솜이 구름처럼 자리하고 있다.

목화밭 옆에는 잘 가꾸어진 연못이 있다.
고즈넉한 한옥마을에 물소리와 새소리가 어우러져 생기를 불어넣는다.

소나무를 바라보다 그 위에 앉는 새를 발견했다. 모형이겠지 하는 생각을 할 때쯤 새가 털을 고르려 움직임을 보였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양 옆엔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어있다.

남평문씨본리세거지는 1975년 12월 30일 시도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고 1995년 5월 12일 대구광역시 민속문화재 제3호로 지정되었다.

목화씨를 담아온 대롱붓과 그 목화씨를 조형물로 만들어 놓았다.

이 곳의 주목할 만한 건물로는 수봉정사(壽峰精舍)와 광거당(廣居堂)·인수문고 (仁壽文庫) 등이 있다.

수봉정사는 마을을 찾는 손님을 맞기도 하고 일족의 모임도 열던 큰 건물로 아름다운 정원을 자랑한다.
광거당은 1873년 후은공(後隱公)과 문성공(文成公)이 중국 서적 수천권을 수집해 세운 곳으로 이후 문중의 자제들을 위한 공간으로 학문과 교양을 쌓던 수양장소로 쓰였다.
인수문고는 위의 서적과 규장각 도서를 포함하여 1만 여 권의 도서와 문중의 보물을 보존하던 건물이다. 처음에는 소규모이던 인수문고의 서고를 후에 크게 지었고, 그 이웃에 도서의 열람을 위한 도서열람실도 따로 꾸며 놓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어 이 곳을 관람하긴 어렵다.

하지만 마을 골목을 걸으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유독 하늘이 맑고 아름다웠다. 하늘을 찍으려 고개를 들었는데 미처 제 몸을 숨기지 못한 낮달을 보았다.
빼꼼 얼굴을 내밀어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훔쳐보다 들킨 아이같아 웃음이 나왔다.

푸른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엔 참새들이 조롱조롱 달려있다.
어찌나 참새들이 많은지 마치 나뭇잎 같았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 산, 그리고 기와지붕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한옥 마을을 천천히 걸어보았다.

까치밥.
감이나 대추를 딸 때에 열매 서넛을 겨울새들을 위해 남겨 두는 마음.
작은 생명 하나도 쉽게 여기지 않고 배려하는 고상한 마음이 보이는 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마을을 걷는 내내 마음이 평안했다.

이곳에 사는 분들도 이 평안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방문객은 방문객의 에티켓을 지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끝나 귀한 공간들도 들여다볼 기회가 생기길 바라며.

오늘 밖순이 이과녀의 산책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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